[책] 느리게 더 느리게
이번 주 강의를 상당히 먼 곳에서 진행했다. 멀리까지 오가니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은 책 읽을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내가 책 읽는 시간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다. 약간의 흔들림과 소음이 책 읽기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앉아서 가는 행운이 따라준다면 더 좋다. 서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무거운 가방 때문에 몸이 힘들다. 이번 일주일 동안 아침에는 서서 책을 읽어야 했고, 저녁에는 앉아서 읽을 수 있었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인파에 어쩔 수 없지만, 저녁에는 퇴근하는 인파로 붐비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강의장을 나서기 때문이다. 앉아서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자, 저녁엔 일부러 더 늦은 노선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빠른 노선보다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30분의 사간은 책을 읽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나에게 이런 쪼가리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이번 주에 비중있게 읽었던 책은 장샤오형의 《느리게 더 느리게》다. 책 표지에는 ‘하버드대 행복학 명강의’, ‘마음의 속도를 늦춰라!’ 라는 등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찍혀있다. 얼마 전 중고 책 서점에서 산 깨끗한 책이다. 오늘 다 읽기 위해 집에 오던 길에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 상당한 시간을 읽고 일어났다. 딸아이 친구네 가족과 식사를 하게 되어 있어, 약속 시각에 맞추어 역을 나서기 위해 일부러 앉아 책을 읽었고, 식사 후 집에 와서 마저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한 주였다. 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최근에 일어난 심적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아래 목차가 보여주듯, 행복에 대한 책들이 다루는 내용을 이 책 역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고, 더 깊이 와 닿았다.
결국, 행복은 나 자신의 문제다. 행복하고 말고는 내 결정에 달려있다. 밀려드는 불행의 요소를 그대로 불행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그런 와중에서도 희망을 보고 행복한 삶을 선택할지는 내 의지에 달려있다. 만족하고 감사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리다. 방법을 알고도 그렇게 하지 못함이 문제다. 물론 바쁜 일상에 쫓겨 제대로 판단할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금 느리게 나아가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길로 가고 있는지, 혹시 잊은 것은 없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함께하고 있는지… 이 모든 것을 이제는 챙겨할 때다.
아래는 이 책의 목차다. 목차만 읽어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알 수 있다. 종종 책의 내용을 상기하기 위해 아래 목차를 읽어볼 목적으로 정리했다. 많이 와 닿은 내용은 특별히 밑줄을 그었다.
첫 번째 강의 –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01 나는 행복한가?
02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한 것일까?
03 다른 사람의 기대와 자신의 행복
04 겉이 화려하면 내면도 행복할까?
05 완벽해야 행복한 것일까?
두 번째 강의 – 완벽을 향한 추구,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누구인가?
01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
02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완벽한 세상이 열린다
03 지나친 자책은 금물! 작은 실수 정도는 용서하라
04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05 내면의 열정을 따르는 것이 행복이다
세 번째 강의 – 물질적 풍요와 행복의 상관관계
01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02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
03 행복한 사람은 명예와 이익에 목숨 걸지 않는다
04 장점을 발휘해서 행복감을 높여라
05 부유함의 정의를 다시 내려라
네 번째 강의 – 부정적 감정의 긍정적 효과
01 부정적 감정이 없어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02 부정적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
03 분노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어하는 것!
04 고독은 나 자신과 친해질 가장 좋은 기회다
05 행동은 두려움을 이긴다
다섯 번째 강의 – 느린 걸음으로 행복을 지켜라
01 느린 걸음을 즐겨라
02 휴식은 더 멀리 가기 위한 것!
03 내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걸어라
04 단순할수록 행복하다
05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지혜다
여섯 번째 강의 – 일에 대한 편견을 바꿔라
01 일은 짐이 아닌 선물이다
02 일, 노동이 아니라 사업으로 하라
03 일, 의무감을 버리고 즐겁게 하라
04 일에서 나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찾아라
05 일 권태기 극복법
일곱 번째 강의 – 나를 행복하게 만들 의미 있는 목표를 세워라
01 돈이 목표가 된 인생
02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03 심장을 뛰게 하는 목표를 세워라
04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결국 모두 놓친다
05 한 번에 한 걸음씩 기적을 이루다
여덟 번째 강의 – 자신을 믿어야 행복해진다
01 자기 자신을 믿으라
02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03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라
04 행복의 가장 큰 적, 자기비하
05 자기비하의 원인을 찾아라
아홉 번째 강의 – 생각이 감정을 결정한다
01 불행하다는 생각이 불행을 불러들인다
02 나 자신에게 행복의 주문을 걸어라
03 상상으로 멋진 현실을 창조하라
04 나 자신의 즐거움을 퇴색시키지 말라
05 환경을 바꿀 수 없어도 기분은 선택할 수 있다
열 번째 강의 – 행복은 바른 비교에서 시작된다
01 다른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
02 위를 향한 비교와 아래를 향한 비교
03 벗어날 수 없는 덫, 맹목적인 비교
04 나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라
05 허영심에 묻혀버린 행복
열한 번째 강의 –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01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불행이다
02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지 말라
03 감사의 마음을 수시로 표현하라
04 오늘 하루 또 무사히 보냈음에 감사하라
05 작은 행복을 모아 큰 행복으로
열두 번째 강의 – 기쁨을 나눌 친구가 있어야 진짜 행복이다
01 나눔이 없는 인생은 그 자체로 징벌이다
02 인생을 감옥으로 만드는 편협함
03 좋은 친구가 많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04 베푸는 기쁨, 나누는 행복
05 이기심과 인색이 친구를 남으로 만든다
열세 번째 강의 – 자선은 행복의 뿌리다
01 자선, 행복을 얻는 비밀
02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라
03 측은지심을 수시로 표현하라
04 행운은 사랑의 마음이 주는 선물이다
05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풀 때 더 큰 보답이 돌아온다
열네 번째 강의 – 스트레스를 피하지 말고 맞서라
01 스트레스에게 행복을 빼앗기지 말라
02 나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하지 말라
03 융통성 있는 인생이 훨씬 즐겁다
04 피곤해지기 전에 휴식하라
05 스트레스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
열다섯 번째 강의 – 역경과 어려움 속에 숨은 행복을 발견하라
01 행복해지고 싶다면 원망하기를 멈춰라
02 안 좋은 일 속에서 좋은 일을 찾아라
03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04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 그래도 연주는 계속된다
이 책의 바탕은 하버드대 탈 벤 샤하르 교수의 행복학 강의다. 강의 마치고 집에 오면서 서점에 들러 《행복이란 무엇인가》 책을 사 왔다. 탈 벤 샤하르의 강의를 왕엔밍이 역은 책이다. 《느리게 더 드리게》를 읽다 보니 샤하르 교수의 책을 더 읽고 싶어서다.
오늘 아침, 막 도착한 지하철이 승객으로 넘쳐났다. 조금 늦게 가자는 생각으로 다음 열차를 기다렸고, 열차가 곧 도착했다. 여유롭고 한가했으며, 금세 앉을 자리가 생겼다. 멀리 가야 하는데, 편안히 앉아 책을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역시… 행복은 조금 느림에서 얻어진다.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남의 행복에는 확대경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행복은 축소경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불행은 축소해서 보지만 자신의 불행은 늘 확대해서 본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의 삶은 어떤 각도에서 봐도 괴롭고 짜증나는 것일 수밖에 없다.